부산에서 널린 게 바다고 뻔하디뻔한 것이 바다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다가 있습니다. 바로 몽돌해변입니다. 

'부산 바다' 하면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해수욕장을 먼저 떠올리실 분들이 많겠지만 모래사장 대신 몽돌이 가득한 해변이 부산 곳곳에 꽤 많습니다.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여수나 거제도 못지않은 곳들이니 두 눈 크게 뜨고 주목해 주세요. 부산 바다의 색다른 멋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이기대 몽돌해변

장산봉 자락의 바위 절벽과 동해바다가 맞닿은 이기대. 군사작전지구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었지만 1993년부터 일반에 개방되면서 누구나 이기대의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다. 

해안절벽을 따라 4.7km나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도 훌륭하지만 바다 너머로 보이는 해운대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들은 이기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파도가 넘실대는 산책로를 따라 뚜벅뚜벅 걷다 보면 마음이 개운해지는 신비로운 장소기도 하다. 

부산 바다의 정수가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곳에 몽돌해변이 숨어 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의 끝 지점인 동생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해식동굴 앞에 몽돌해변이 수줍에 자리하고 있다. 모양도 제각각인 커다란 바위 사이에서 동글동글한 몽돌이 파도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이채롭다.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땐 '촤르르~ 촤르르~' 몽돌이 바닷물에 구르는 소리가 음악처럼 달콤하다. 

청사포 몽돌해변

해운대와 송정 사이. 가파른 산비탈 아래에 위치한 청사포는 대도시에서 볼 수 없는 어촌마을의 정취를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작은 포구와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각종 어구들.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어부들의 바쁜 발걸음까지. 배를 타고 한참을 가야 만날 것만 같은 풍경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예쁜 등대 덕분에 인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청사포는 최근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개통하면서 전국구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도 새로 만들어졌는데 덕분에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바다! 몽돌해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안 절벽 아래 꽁꽁 숨겨져 있던 청사포 몽돌해변은 부산 사람들에게도 낯설다. 거친 지형에다 군부대가 있어서 접근이 아예 불가능했던 탓이다. 이제는 나무 데크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몽돌해변을 즐길 수 있다. 

우거진 숲을 지나는 사이 벌써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거친 숨을 내쉬는 듯. 거센 파도 소리 너머로 몽돌이 구르는 소리가 리드미컬하다. 제법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몽돌해변을 직접 걸을 수 있다. 수박만 한 몽돌부터 구슬 정도의 작은 몽돌까지.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채로운 몽돌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태종대 자갈마당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 탁 트인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태종대는 예나 지금이나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손꼽힌다. 백악기 말 호수에서 쌓인 퇴적층이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에 의해 침식되면서 파식 대지와 해식애, 해안동굴 등의 암벽 해안을 만들어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태종대에는 모두 3곳의 몽돌해변이 있는데 모두 자갈마당이라 부른다. 정문과 가까운 곳에 감지자갈마당과 태원자갈마당이, 영도등대 근처에 등대자갈마당이 있다. 경치만 놓고 보면 해안 암벽 사이에 위치한 등대 자갈마당이 한 수 위다. 

영도등대 해양문화공간에서 계단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수직에 가까운 해안 절벽이 나타난다. 마치 바다에서 우뚝 솟아오른 것처럼 거대한 암석들이 거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거센 파도가 넘나드는 암벽 사이에는 동글동글한 몽돌이 가득하다. 등대자갈마당이다. 파도의 힘이 강한 해식절벽 아래라 가벼운 모래가 쓸려가고 무거운 자갈만 남아 자갈마당이 만들어졌다.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봐도 좋지만 직접 자갈마당까지 걸어가서 보는 경치도 훌륭하다. 바다까지 내려가서 해안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가면 자갈마당에 도착한다. 바닷물이 어찌나 맑은지 몽돌이 가득한 바닷속까지 훤히 보인다. 자갈마당 너머는 망망대해다. 아무런 꾸밈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바다가 그곳에 있다. 

몰운대 몽돌해변

다대포해수욕장 왼쪽 끝 지점에서 바다 쪽으로 길에 튀어나온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다. 몰운대다. 해류의 영향으로 안개와 구름이 많은 곳인데 이 때문에 섬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몰운대(沒雲臺)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몰운대 입구의 가파른 언덕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울창한 숲길이 나타난다. 평탄한 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다대포객사가 보이고 여기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곧장 해변으로 이어진다. 
가운데에 길을 두고 왼쪽 해변은 모래마당, 오른쪽 해변은 자갈마당이다. 해안을 따라 제법 길게 이어지는 모래마당과 달리 자갈마당은 바위틈에 파묻힌 형국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납작하고 둥근 몽돌이 해변에 가득하다. 

계단을 이용하면 자갈마당까지 내려가 볼 수 있다. 자갈마당에 직접 서보니 위에서 보는 것과 달리 규모가 제법 크게 느껴진다. 파도가 힘차게 달려오는가 싶더니 금세 몽돌 사이로 스며들어 사라진다. 나른한 햇살이 앉은 검은 몽돌은 반짝반짝 빛을 낸다. 자갈마당 바로 앞에는 작은 섬이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다. 섬 위로 빼꼼 고개를 내민 등대가 무척 낭만적이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부산 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