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or’s note] 권중모 작가 ❶: 낭만도시 부산
스페인 바르셀로나 IED(Istituto Europeo di Design)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한옥의 창호를 보고 영감을 얻은 후, 한지를 소재로 하여 밝음에서 어두운 그림자까지 미세한 음영의 영역이 겹겹이 존재하는 빛을 표현하는 조명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권중모 작가
부산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는 바르셀로나였다.
처음 부산에 가게 된 것은 출장 때문이었다. 공식 일정이 있는 출장으로 가다 보니 많은 곳을 보지는 못하였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바르셀로나에서 5년 정도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 바르셀로나 역시 바다가 근접해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일까. 부산도 어떤 위치에 있든 차를 타고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혹은 걸어서도 갈 수 있을 정도로 바닷가와 가깝고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 이점이 바르셀로나에서 살았던 느낌을 떠올리게 했던 것 같다.
또한, 따뜻한 햇살과 바다내음 그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주는 정취가 비슷했다.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도 바르셀로나와 닮아 있었다. 빛이 주는 색감은 조금은 다르지만 내가 경험한 부산은 항상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씨를 가진 도시이다. 나는 따뜻한 햇살을 좋아한다. 바다와 햇살이 강렬한 도시는 여름과 겨울, 그리고 다른 계절에도 생기 가득한 에너지를 담은 색들이 발현된다. 그 색들이 모여 도시를 만들고, 그 색이 곧 도시의 색이 되기도 한다.
권중모 작가는 부산이 가진 따뜻함을 좋아한다.
바닷가에 있는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항상 사람들은 생기, 열정, 흥으로 가득 차 있고, 거리에는 맛있는 먹거리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그런지 참 낭만이 있는 도시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부산 사람들이 사투리로 대화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서로 싸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참 정감이 간다. 부산과 가까이 있는 도시라도 미세하게 서로 다른 사투리를 쓴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또 신기한 점은 바닷가를 가까이한 도시의 집들은 주로 흰색이 많은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는 점이었다. 저녁을 지나서 밤이 되면, 하얀 집들은 달빛을 받아 빛나기 때문에 마치 땅 위에 뜬 별처럼 밤바다의 배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엔 이유가 없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부산은 빛이 주는 따스함이 있는 도시이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살이 있는 곳에서 온몸으로 볕을 쬐고 있으면 체온이 올라 금세 추위를 잊곤 했다.
권중모 작가는 산과 바다의 매력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달맞이고개를 좋아하는 곳으로 꼽았다.
부산은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출장으로 가더라도 마치 여행을 온 것과 같은 산뜻함을 주는 도시이다. 덕분에 여기저기 볼만한 곳이 많은 것 같다. 출장으로 부산에 가더라도 꼭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편이다.
달맞이 고개와 해운대를 주로 가다 보니, 부산 전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부산 중동에 있는 달맞이 고개에서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풍을 맞고 자란 소나무들이 즐비한 산책로 같은 작은 숲들이 있다. 산림욕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수풀 향기와 소나무의 정취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바다가 가까이 있음에도 바다보다는 산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뜨거운 여름날엔 시원함을 주는 공간이자, 산림욕을 하면서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종종 방문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