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or’s note] 우뚜기 ❶: 우뚜기가 사랑하는 부산의 장소들
주 4일 회사원, 주 3일 미술전시 애호가. 인스타그램에서 전시 근처 맛집 계정 @oottoogi 를 운영하고 있다.
우뚜기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미술 전시와 근처 맛집을 소개해 온 @oottoogi 계정의 운영자 우뚜기입니다. 오래전 제 첫 직장은 미술 잡지사였는데요, 선배들을 따라 방방곡곡의 전시를 취재한 후 근처 맛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당시 저의 아주 큰 즐거움이었기에, 그 즐거움을 다른 분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서 계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취재길을 따라나선 후배에게 숨은 맛집을 아낌없이 소개해 주셨던 선배들의 너그러운 마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우뚜기는 쓸데없는 개그 욕심 때문에 전시와 식사 메뉴에 실낱같은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부산시립미술관, ⟪극장⟫에 전시된 김동희 작가의 작품(좌)과 이양희 작가의 작품(우)
예를 들어 부산시립미술관이 긴 리모델링의 시간을 갖기 전 마지막으로 열었던 전시 ⟪극장⟫을 찾았을 땐, 1973년부터 증축과 이전을 반복하면서도 변함없이 보드랍고 맛있는 고기를 내주시는 광안리의 ‘언양불고기 부산집본가’를 소개한다던가, 근대 일본식 가옥에 유럽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한국 시각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모은 국제적인 경이의 방을 선보인, 오초량의 개관전⟪오! 분더카머⟫를 보고 나서는 ‘국제밀면’을 소개하는 식으로요.
직장인인 데다가 사는 곳이 서울이라 주로 서울의 전시를 소개하지만, 멋진 전시가 열리면 월차를 내고 달려간답니다. 전시를 보러 부산에 방문한 것만도 열 번이 넘는 것 같은데요, 그중 몇 가지 장소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부산에 사시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풋내기의 발걸음일 것 같아 예전 직장의 선배들에게 맛집을 소개하는 듯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만, 너그러우셨던 제 선배님들처럼 귀엽게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 공간의 전경
부산에서 제가 가장 많이 방문한 미술공간은 부산시립미술관입니다. 김종학, 이형구, 권병준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을 깊이 있게 조명한 전시부터 빌 비올라(Bill Viola),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 등 국제적인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들, 그리고 한 작가를 위해 오롯한 감상의 공간을 제공한 이우환 공간의 전시들까지 기억에 남는 좋은 전시가 무수히 많이 떠오릅니다. 그중에서도 그야말로 시각적 장관을 이루었던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2023.01.26 – 04.16)와, 위에도 언급했던 현재 공간으로서는 마지막 전시였던 ⟪극장⟫(2023.09.26 – 12.17)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미술관을 극장에, 전시를 공연에 비유한 이 전시는 이양희, 최윤석, 무진형제, 김동희, 박진아 등 13명(팀)의 작가가 부산시립미술관의 장소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었습니다. 더 멋지게 돌아올 것이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 눈에 꾹꾹 눌러 담았던 기억이 나네요.
부산시립미술관 인근의 ‘면옥향천’. 우뚜기는 전시의 특징과 연결시켜 근처의 맛집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시립미술관 근처에서 제가 자주 갔던 식당은 ‘면옥향천’이라는 소바집인데요, 메밀이 많이 든 소바도 훌륭하지만, 겨울에 찾아가면 맥주에 바삭한 굴튀김도 한 점 곁들일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비학산 보리밥 생칼국수’에는 다카시의 사인이자 드로잉도 한 점 붙어있는 걸 보니, 전시 준비 시기 작가의 단골집이었나 봅니다. 아 그리고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도보로 고은사진미술관에도 갈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