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or’s note] 우뚜기 ❷: 우뚜기가 사랑하는 부산의 장소들
주 4일 회사원, 주 3일 미술전시 애호가. 인스타그램에서 전시 근처 맛집 계정 @oottoogi 를 운영하고 있다.
우뚜기. 2017년부터 계정을 운영해오고 있다. 볼만한 전시와 그 근처의 맛집이 궁금한 사람들이 믿고 찾는 계정이다.
2016부산비엔날레를 개최했던 F1963은 이후에 부산의 대표적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F1963에 있는 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전경.
2년에 한 번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본전시관 외에도 부산의 다양한 역사적인 공간들에서도 전시가 열린다는 점입니다. 올해도 부산비엔날레 ⟪어둠에서 보기⟫의 장소 중 ‘초량재’라는 독특한 구조의 옛 가옥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요?
제 기억으로는 2016년 부산비엔날레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 고려제강의 폐공장(지금은 F1963이라는 근사한 문화공간이 되어, 국제갤러리 부산점도 이곳에 자리했지요)에서 열렸던 것이 그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2018년 ⟪비록 떨어져 있어도⟫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자리를, 2020년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는 영도 창고를, 2022년 ⟪물결 위 우리⟫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부산항 제1부두와 초량의 오래된 집, 폐조선소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2년마다 개최되는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의 다양한 장소를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사진은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에 출품되었던 이미래 작가의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
영도에 위치한 모모스 로스터리&커비파
영도의 폐조선소에 설치된 이미래 작가의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는 폐공장의 골조와 영도의 바람과 하나가 된 거대한 작업으로, 아직까지도 펄럭이던 넝마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도 이야기가 나왔으니, 영도 부두의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만든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를 이야기해야겠네요. 주욱 늘어선 커피 창고도 로스팅 시설도, 1열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도 커피 맛도 모두 인상적입니다. 아침에만 영업하는 영도 ‘진주식당’에서 고등어 해장국을 먹고 모모스 커피를 한잔 하는 것이 제가 좋아하는 코스!
조현화랑에서 열렸던 이배 작가의 개인전 ⟪흐르는⟫(2024.5.10 – 8.18)의 전시 전경. 해운대의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부산의 영원한 명소 해운대로 가볼까요? 달맞이고개의 조용하고 싱그러운 공원숲 비탈을 올라 조현화랑에 들어서면, 한 면이 유리로 된 덕에 방금 지나온 숲에 둘러싸인 듯 아늑하고 단정한 전시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이배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창밖에는 살아있는 나무가, 창 안에는 뜨거운 불을 견디고 새로 태어난 검은 숯 작업이 전시되어 한층 더 절묘했어요. 마치 먹으로 붓질을 한 것처럼 공간에 춤추듯 설치된 숯 조각을 감상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작품 감상도 잠시 잊고 창밖 풍경에 잠시 넋을 놓게 되었습니다. 1층에서 이어진 공원숲 나무들의 끄트머리가 초록 주단처럼 깔린 가운데 저 너머로 푸른 해운대 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인데요, 2022년 증축한 조현화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바다를 면한 이 긴 회랑인 것 같습니다.
우뚜기가 애정하는 해운대의 맛집, 경북횟집과 말차바나
해질녘 방문하신 분이라면 달맞이고개를 산책 삼아 내려가 ‘경북횟집’에서 잘 익은 김치에 잘 익은 선어회를 올려 즐겨보시기를 바라고요, 배가 고프지 않은 분이라면, 조현화랑 근처 ‘말차바나’에서 따뜻한 일본식 말차 한잔 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방금 본 숲이 떠오르는 진한 농차를 추천!
동구 고관로에 위치한 오초량.
이 외에도 오초량, 영주맨션, 범일가옥, 공간 힘 등 부산 곳곳의 작은 전시 공간들도 늘 흥미롭습니다. 특히 초량동의 아름다운 문화공간 오초량에서 2024년 12월 1일부터 3주간 열리는 인문학교 ‘동아시아 백년문화 이야기’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니 당장이라도 기차표를 예매하고 싶어지는데요(중국의 차인열전이라니... 동아시아 정원 이야기라니... 한국과 일본의 두장(豆醬) 이야기라니!!!), 초량역의 노포 위스키바 ‘모티’에 가보고 싶었던 오랜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올겨울에는 초량으로 떠나보아야겠습니다.
2024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