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짓부산 매거진

[visitor’s note] 하세가와 요헤이 ❷: 온몸의 모공이 열리는 느낌

  • ISSUE NO.2
  • 25.04.04
Visitor’s Note
부산을 방문했던, 그리고 부산을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의 내밀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기록들을 전합니다

온몸의 모공이 열리는 느낌

  • 하세가와 요헤이 사진

    하세가와 요헤이

  • 하세가와 요헤이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바이닐 디제이. 1995년 우연히 접한 신중현과 산울림의 음악에 매료돼 처음 서울을 찾은 뒤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한다. ‘요헤이陽平’를 한국식으로 읽은 ‘양평’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그는 ‘곱창전골’, ‘산울림’, ‘김창완밴드’, ‘델리스파이스’, ‘강산에밴드, ‘황신혜밴드’, ‘뜨거운감자’ 등에서 연주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로 활동했고, 현재 밴드 장기하에서 연주하고 있다.
    한국의 록과 인디 음악, 시티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은 《大韓ロック探訪記》(Du Books, 2014) 《고고! 대한 록 탐방기》(북노마드, 2015)를 출간했고, 2023년에는 《하세가와 요헤이의 도쿄 레코드 100》(김밥레코즈)을 출간했다. ‘From Midnight to Tokyo’, ‘This is the City Life’ 등의 음감회와 파티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음악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부산음식 사진

    부산의 음식들은 그가 부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 2000년대에는 밴드 ‘뜨거운 감자’의 멤버가 되어, 당시 같은 소속사였던 ‘YB’와 전국투어를 다녔다. 물론 우리는 YB의 메인 무대 중간에 두세 곡 정도를 연주하는 게스트였다. 투어의 마무리는 12월 31일 부산 공연이었다. 장소는 문현동에 있는 부산시민회관¹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악기를 정리하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환호성이 들려오곤 했다. 일 때문에 늘 무덤덤하게 새해를 맞이했던 순간들도 부산에서의 사랑스러운 추억 중 하나다.

    시간이 빌 때 숙소 주변을 산책하다 발견한 나이트클럽 간판에는 ‘함중아와 무서운 아이들’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기타를 든 함중아 선생님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던 간판은 아직도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시민회관 근처에 오랫동안 공사 중이던 아파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 그 후로도 부산에 여러 번 갔지만, 투어나 공연에서 연주하는 ‘일’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부산의 여러 다른 요소들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미리 방문하거나 며칠 더 머물기도 하면서, 마치 귀한 레코드를 찾는 것처럼 부산의 ‘맛집 디깅’에 푹 빠져있다. 감사하게도 부산에 지인들도 많아져서 ‘먹는 루틴’이 점점 완벽해지고 있다. 좋아하는 밀면도 엄청난 곳을 소개받았고, 부산역에 도착하면 바로 향하는 횟집도 생겼다(여기서 회를 먹지 않으면 디제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다). 그리고 디제잉이나 공연이 끝난 후 남몰래 들르는 기사식당의 불백! 새빨간 제육볶음에 공깃밥을 통째로 넣고 비빈다. 맛은 좀 진한 것을 좋아한다. 그편이 내 몸과 마음에 모두 좋다. 그래야 몸과 마음에 기운이 생긴다. 곁에서 “행니이임”하며 술잔을 건네고, 어깨를 두드리는 여전히 영혼이 뜨거운 부산 친구들. 오장육부에 스며드는 소주와 웃음은 내게 힘을 준다.

  • 불백정식

    디제잉을 마치고 늘 찾는다는 기사식당의 불백정식

    해운대 풍경

    달맞이 고개에서 바라본 해운대 풍경

  • 부산에 갈 때마다 조각조각 나 있던 옛 기억과 새로운 발견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나만의 부산이 점점 완성되어 간다. 문득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나를 안아주는 듯하다.

    그래, 온몸의 모공이 열리는 그 감각이 ‘편안함’이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분명히 깨달았다.

    언제나 고마워요, 부산!

  • ¹ 1973년 10월 10일에 개관한 부산 최초의 대규모 공연 시설.

  • 글 : 하세가와 요헤이
  • 편집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사진제공 : 하세가와 요헤이
목록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