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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암벽에 내려앉은 부처의 염원, 석불사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 좋은 곳

평점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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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간직한 많은 풍경 중에서도 금정산에서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절경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리고 그 가운데 100미터가 넘는 암벽에 둘러싸여있는 고즈넉한 사찰, 석불사가 있다.

석불사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암석을 깎아 조성된 석불들이 특징인 사찰이다.
승려 조일현이 1930년대에 지은 사찰로, 범어사의 말사이자 비교적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뛰어난 경치 덕에 많은 이들이 찾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석불사가 간직한 풍경은 여느 사찰들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출입구부터 암석들 사이에 자리한 법당의 모습은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대웅전의 단단하고 고풍스런 기운과 더불어 자리한 석탑은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석탑의 뒤편으로 올라가는 길은 암벽으로 이어져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미지의 공간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40미터에서 20미터에 이르는 높이에 조각된 석불은 그 규모에 압도당하며 정교한 불교미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사찰의 정면에 자리한 11면 관음보살 입상과 상단의 미륵불 좌상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작은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조용히 석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상이 간직한 은은한 미소가 여행자의 마음마저 평온하게 만드는 듯하다.

사찰 내부에는 암벽 양 옆으로 자리한 사천왕을 시작으로 약사여래불상, 비로자나불상이 새겨져 있으며 팔나한과 석가모니불상까지 모두 29상의 불상이 자리해있다. 현생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한 보살이라는 관음보살입상의 자비로운 미소도 볼만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백미는 석불 가운데 자리한 미륵불의 정교함이다. 석불사 전체가 불교미술의 정점이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라 할 만하다.
그 옛날, 승려 조일현의 주도로 많은 석불들을 간직하게 된 석불사.
어쩌면 창건을 주도했던 그도,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닿게 될 미래를 예언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지상파 방송의 한 정보프로그램에 ‘한 컷의 아름다운 사진’으로 소개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으니 말이다.

석불사에 올라 만날 수 있는 풍경은 여러 가지다.
불공을 드리는 일정한 목탁소리를 들으며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이들을 보기도 하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도시의 풍경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러자면, 그 옛날 부처가 전했다는 ‘내려놓음’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른다.

석불사는 사찰 자체가 간직한 경치도 무척 아름답지만
이곳에 도달하기까지 걷게 되는 조용한 풍경 또한 여행자에게 ‘걷기 좋은 길’이라는 느낌을 선사한다.
도시의 갑갑함을 잠시 벗어나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과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라면, 석불사로의 산책만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