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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곳곳 힐링, 나무와 함께 하는 화지산 치유숲길

평점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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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에서 출발하여 화지산 치유숲을 거쳐 부산 시민공원까지, 초록의 자연을 눈에 담으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트레킹에 나선다.

화지산과 이어진 백양산 자락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은 성지곡 수원지를 중심으로 싱그러움 가득한 자연림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종의 크고 작은 수목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울창하게 자란 수목들 덕에 마치 이곳은 부산의 도심이 아닌 것 같다. 강원도 깊은 산자락 어디쯤을 걷고 있는 기분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탐방을 시작한다.

어린이대공원에서 화지산을 향해 걷는 길은 평평한 흙길의 연속이다. 빼곡한 송림 사이로 편안한 차림의 등산객들이 제법 보인다. 사실, 화지산은 등산을 목적으로 오르는 산이라기보다 뒷동산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그 덕에 누구나 쉽게 산에 오르며 치유숲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초록이 우거진 숲길 걸으며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벌써 치유가 시작된 걸까.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지는 듯하다.

화지산 정상으로 오르는 방향으로 접어들자 이리 저리 휜 소나무군락이 멋진 광경을 선사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이 소나무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자리했던 것일까. 바람에 실려 오는 솔향기를 음미하며 감사함을 전한다. 여기저기 떨어진 솔방울 하나도 조심조심 비켜가니 곧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 보인다.

정상을 찍었으니 이제 내려갈 차례다. 부산시민공원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반갑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톤치드향 가득한 편백숲을 만난다. 이 곳에서는 쭉 뻗어 올라간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점점 더 느리게 걷게 된다. 아예 자리를 잡고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 시민공원이 더욱 가까워진 곳에서 천연기념물 배롱나무를 본다. 뜨거운 여름날에 꽃을 피우기 시작해 백일 동안을 화려하게 지내는 배롱나무. 꽃이 필 무렵 다시 오자 약속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화지산에서 부산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다리로 접어든다. 일명 에코브릿지.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동물이 이동하는 생태통로이다. 사람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다리로구나.

에코브릿지를 통해 도착한 부산시민공원은 일제강점기와 미군주둔기를 지나 100년 만에 시민들에게 돌아온 땅으로 의미가 크다. 공원 정중앙 광활한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자연, 문화, 놀이가 한데 어울린 테마형 공원으로 치유트레킹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전포천을 거닐며 마음에 여유를 충전한다. 메타세과이어 길, 플라타너스 숲길, 동백나무 미로정원이 눈을 맑게 해준다. 대형분수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조금 남았을지 모를 피로감을 날려버린다. 푸른 잔디 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질거린다.
이 즐거운 공간이 100년 동안이나 우리 땅이 아니었다니. 지난 역사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 기억을 지우지만 않는다면 오욕의 역사도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나무 그늘아래 한 자리 하니 몸과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