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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곱게 깔린 자갈길, 일광산테마길

산길이 아닌 평지를 길게 걷고 싶다면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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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오르막이 없어서 가볍게 걷기 좋은 산 일광산. 그래서 트레킹 코스인 일광산테마길과 산악자전거코스가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차량운행이 통제된 길이라 편안하게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일광산테마길은 낙엽과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이면 더욱 걷기 좋다. 곱게 깔린 산책로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서보자.

큼직한 테마임도 표지석과 함께 일광산테마길은 시작된다. 백운산까지 트레킹 숲길이라는 이름으로 연결 돼있는 일광산테마길은 모두 걸어간다면 7시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꼭 다 걸을 필요는 없는 법. 이번엔 가볍게 돌아볼 수 있는 곡수정까지만 걸어보기로 한다.

관리초소 역할을 하는 정자, 만화정을 너머 곱게 정돈된 넓고 곧은 산책로가 펼쳐져있다. 발밑에 밟히는 자갈의 자박거림이 기분 좋은 이 길을 따라 발을 내딛는다. 길 양쪽으로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걷는 내내 각기 다른 이름의 식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헛둘헛둘마당’ 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돌샘체육공원이 보인다.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운동기구가 가득한 이곳을 지나면 ‘태교의 숲’ 현판이 보인다. 맑고 깨끗한 숲속 공기는 태아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기운을 전해준다. 숲 한가운데 넓은 정자와 그 주위로 벤치가 있으니 한 자리 차지하고 여유롭게 숲의 정기를 한껏 받아보자,

자박하게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작은 연못 ‘일광샘’도 보이고, 일광산테마길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산악자전거 경기장이었음을 알려주는 산악자전거 경기코스 표지판도 보인다. 숲길 임도를 따라 조금씩 바뀌는 주변 풍경이 일광산테마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산 속 같다가도 공원 같고, 또 옆을 씽씽 달려 나가는 산악자전거를 보면 자전거 경기장 같기도 하다. 덕분에 걷기가 지루하지가 않다. 다만 자전거가 지나갈 때는 항상 안전에 조심하도록 하자.

중간 중간 쉬어갈 곳이 많은 점도 일광산테마길의 장점 중 하나다. 산책로 언덕배기에 자리한 모연정으로 올라가본다.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들이 둘러싼 모연정은 편안한 산림욕을 즐기기에 알맞은 정자 같다. 계속 이어지는 아름다운 숲길이 트레킹에 청량감을 더한다.

계곡물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있었다는 곡수정, 지금은 아담한 연못과 개울이 오래된 정자를 비추고 있다. 아름다운 주변 풍경 즐기며 새소리,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세상 소음은 사라지고 깨어있는 숲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다.

일광산테마길은 빠르게 걸어서 정복하는 길이 아니라 걷기를 즐기며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길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양 옆 가득 이름 모를 나무와 꽃, 풀들과 인사하는 사이 어느 덧 저만큼 멀어진 도심을 확인하게 되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