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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짓부산 매거진

[Mapping Busan] 이봉천 셰프 & 이지아 파티시에 ❶
온천동을 채우고 있는 따뜻한 활력과 새로운 미식의 경험

  • ISSUE NO.1
  • 24.10.30
Mapping Busan
다양한 분야에서 부산의 새로운 지형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비짓부산의 인터뷰 섹션입니다.
  • 이봉천 셰프 & 이지아 파티시에

    삼국유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동래 온천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삼국시대의 관료들, 조선시대의 왕족들이 이곳을 찾았다. ‘따뜻한 물이 솟아 오르는 샘’이라는 뜻의 ‘온천(溫泉)’은 켜켜이 쌓인 역사와 함께 이곳을 부르는 지명으로 자연스레 굳어졌다. 한때 온천장은 사람들의 정겨운 온기로 가득 채워진, 발 디딜 곳 없을 정도로 붐비는 주요 도심 중 한 곳이었다. 온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은 지역민들에게,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한적해졌지만, 지금도 온천동에 새로운 미식의 경험을 제공하며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가업을 이어받은 봉식당의 이봉천 셰프와 국내 유일의 프렌치 비스퀴테리를 자부하는 브리앙의 이지아 파티시에이다. 이들 부부가 정성스레 내어놓는 음식과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온천장을 찾고 있다. 온천동에 따뜻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이봉천, 이지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 이봉천 셰프와 그의 아내 이지아 파티시에 사진

    이봉천 셰프와 그의 아내 이지아 파티시에(좌측부터)

  •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봉식당 이봉천 셰프)경희대학교 외식경영학과를 나와 한식당을 운영했었다. 그러던 와중,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어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에꼴 벨루에 꽁세이(École Bellouet Conseil), 알랭 뒤카스 요리 학교(École Ducasse)를 졸업하였다. 이후 프랑스, 스페인, 미국, 일본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두루 경험하며 다양한 분야에 걸친 노하우를 쌓았다. 2018년에 돌아와 부산에서 어머니와 함께 봉식당을 운영하고, 아내 이지아 파티시에와 함께 프랑스 과자점 브리앙을 운영하고 있다.

  • 봉식당의 외부 전경 사진

    봉식당의 외부전경. 2-4층에는 봉식당이, 1층에는 브리앙이 자리하고 있다.

  • 어머님이 운영하시던 한식집 ‘금정산’에 이봉천 셰프가 합류하면서 ‘봉식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 오픈했다고 들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어머니께서 온천동에서 운영하시던 한식당 ‘금정산’ 의 2호점 형태의 한식당을 해운대에서 5년간 운영했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여러 장르의 요리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다녀온 것이다. 나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어머니께서 식당운영을 같이 하자고 하셔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동네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렇기에 다른 지역을 생각할 이유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존의 한식 위주의 코스 음식 형태를 유지하면서 제가 배운 양식의 요리를 함께 내는 형태로 발전되었다.

    어떻게 보면 구도심인 온천장에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인다는 것이 하나의 큰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봉식당의 역사는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던 한식당 ‘금정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20년 넘게 지역 어르신께 사랑받고 있는 식당이다. 워낙 오래된 단골 손님분들이 많으셔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선보이시던 한식당 메뉴에 프랑스 요리 테크닉을 자연스럽게 접목시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객분들께서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일례로 한국적인 재료인 대추를 사용하여 3시간동안 푹 고아 체에 내려 일일이 씨를 제거하여 만든 대추고에 베샤멜 소스와 9시간 우려낸 닭 육수, 각종 볶은 야채들을 사용하여 대추 수프를 만들어내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스프이지만 내가 현지에서 직접 배우고 경험했던 요리방식을 적용해서 내어드리고 있다.

  • 브리앙의 내부 전경 사진

    브리앙의 내부 전경

  • 한식과 프랑스요리, 디저트를 한 건물에서 다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요리도 재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저트도 좋아하는 편이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을 할 당시, 요리 파트뿐만 아니라 디저트 파트에서도 경험을 쌓아왔기에 언젠가는 디저트 전문점을 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봉식당’을 오픈하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께서 찾아 주셔서 요리 준비만으로도 매일같이 새벽 늦게까지 일해야 했다. 그래서 디저트는 여력이 없어 엄두도 못 내다가 파리에서 제과 유학을 하고 온 아내를 만나 늘 꿈꾸어 왔던 디저트 가게를 열게 되었다.

  • 봉식당의 소쿠리 한상 사진

    봉식당의 소쿠리 한상

    이봉천 셰프 사진

    이봉천 셰프는 매일 식전빵을 직접 굽는다.

  • 시그니처 ‘소쿠리 한상’의 구성과 시각적인 부분이 흥미로웠다. 일하면서 먹는 ‘새참’의 정겨운 느낌이 떠오르기도 했다. 한국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구성인 것 같다.

    ‘소쿠리 한상’은 봉식당의 정체성이 반영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께서 운영하셨던 ‘금정산’의 메인 메뉴였고, 내가 해운대에서 운영했던 한식당(금정산 2호점의 형태)에서도 선보였었다. 오랜 단골 손님은 물론 오랜만에 들러 주시는 손님들께서도 여전히 메뉴에 있음에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 이봉천 셰프 사진 2

    이봉천 셰프는 유학길에 올라, 프랑스, 스페인, 미국, 일본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봉천 셰프 사진 3

    셰프 기 사부아(Guy Savoy)와 함께

  • 이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할 계획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주요 타겟 층을 고려한다면 애써 찾아와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니까.

    십 여년 전 해운대에서 운영했던 한식당은 각종 신문, 방송, 잡지 등에 소개되며 맛집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나, 5년의 임대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건물주의 계약 연장 불가 통보로 불가피하게 가게를 접어야만 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또 다시 임대 형태로 가게를 알아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한식당을 하시며 언젠간 나에게 물려주기를 원하셨기에, 큰 고민 없이 지금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각종 모임이 활발한 식당이었기에 부산 뿐만 아니라 경상권에서도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많다. 저희를 믿고 멀리서 발걸음 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 봉식당 양식 사진

    봉식당은 한식과 양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 그렇다면 셰프님께서 생각하시는 온천동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는 온천동을 너무 좋아한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온천을 좋아하기도 했다. 우선 살기 너무 편하다. 온천장은 부산에서 가장 중요한 동네 중 한 곳이 아닐까? 산도 가까이에 있고, 금강공원을 산책할 수도 있다. 이 동네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좋은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본다면.

    유학과정에서 여러 나라를 경험하기도 했고, 지금도 연구를 위한 해외 출장을 지속적으로 가는 편이다. 평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좋은 음식이란 인종, 연령과 상관없이 누가 먹어도 맛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좋은 재료, 요리가 고객에게 제공되는 타이밍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더해져 하나의 경험이 완성된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

    생각보다 빵을 직접 만드는 양식 레스토랑이 많이 없다. 우리는 매일 아침 식전빵을 직접 구워서 내어드리고 있다.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는 지금의 상태가 오래도록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봉식당’은 지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식당으로 오는 고객과 동네의 분위기에 맞추어 메뉴를 구성했지만, 아내와 함께 하는 프랑스 과자점 ‘브리앙’은 사뭇 다르다. 세계 최고의 수준에 손색없는 하이엔드 과자를 내놓는 곳이라 자신한다.
    현재 한국, 해외에서 진행될 재미있는 콜라보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파리 미슐랭 레스토랑과의 콜라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무쪼록 찾아 주시는 손님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는 곳이 되고자, 늘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글 : 문주화
  • 인물·음식사진 : 최영은
  • 사진제공 : 이봉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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