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pping Busan] 꿀꺽하우스 ❷
우리술에 대한 동시대적인 해석이 사람을 모으고 문화를 만들 때
꿀꺽하우스의 멤버들. 이우주 이사, 최승하 이사, 이준표 대표(좌측부터)
풍류를 즐기는 한국 사람들에게 술은 빠질 수 없는 미식의 요소 중 하나이다. 좋은 일을 축하하고 슬픈 일을 위로하기 위해서 때론 백마디의 말보다 함께 잔을 부딪히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꿀꺽하우스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전통주를 동시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양조하여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브랜드이다. 창업 약 2년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굵직한 행사에도 참여해오고 있다. 이들은 ‘꿀꺽’하고 마시는 순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떠들썩한 광안리로부터 조금 벗어난 골목길에 위치한 이곳에선 새로운 맛의 우리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그리고 해외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꿀꺽하우스의 멤버들을 만났다.
(승하) 1주년 행사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23년 7월 1일이 1주년이었는데, 그때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분들에 와주셨다. 부산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방문하셔서 우리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해 주셨다.
(준표) 방정아 작가님과 협업을 하고나서, 서울에 계신 작가님이 연락을 먼저 주셔서 새로운 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광안밤’이라는 술이다. 또 어떤 분은 음악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자생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
(우주) 또 오신 분들 중에 촬영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우리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준 적도 있었다. 우리술이 매개체가 되어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했던 거였다.
꿀꺽하우스는 자체적인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한다.
1주년 기념행사 포스터
(승하) 사실 우리가 술을 하나하나 개발할 때마다, 재료, 발효체, 누룩, 효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들을 새롭게 설계한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이름과 라벨까지 새로운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우리가 직접 기획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번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에서 나아가서 시각적으로도 함께 연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다 보니 우리만의 아카이브가 쌓인 것 같다.
재료에서부터 제조, 고객 경험까지 자체적으로 설계해오고 있다.
(준표) 그런 편이다. 원하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나의 아버지 혹은 그 윗세대만 하더라도 직접 집에서 막걸리를 제조해서 먹기도 했다더라.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인데, 일제시대때는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서 헛간에서 몰래 막걸리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가양주 문화를 없애려고 했었다고.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한다.
(준표) 아버지가 텃밭을 가꾸고 계신다. 언젠가부터 복분자를 기르시는 거다. 알맞게 익은 복분자를 보내주셨는데, 이걸 재료로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복분자 자체가 가진 진하고 농익은 맛에 허브를 결합시키면 레드와인 같은 느낌이 날 것 같았다. 후추를 넣어 스파이시한 맛을 뽑아내고 바질의 향긋함을 더해 풍미를 다채롭게 만든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텃밭이 좀 더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라고 할까.(웃음)
이준표 대표 아버지의 텃밭에서 영감 받아 만들어진 ‘텃밭’. 복분자를 주 재료로 사용하면서 매년 새로운 에디션을 출시한다.
(승하) 우리의 대표 제품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오시는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 텃밭에 대입시키시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게 된 것 같다.
활동 반경이 넓다. 지역 작가들과의 협업도 눈에 띄고. 술을 중심으로 한 문화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들로 느껴졌다.
(승하) 꿀꺽하우스를 시작하면서 우선 목표로 삼았던 것은 우리의 색깔을 담은 술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잘 해내기 위해선 우리의 자체적인 힘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연결’이었다. 이 연결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나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과 시너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욕망의 거친 물결’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백현진 작가님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음악 공연을 하시면서 우리 술을 함께 즐겨 주시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런 일들이 축적되다보니, 좀 더 다채롭게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꿀꺽하우스의 제품들
브랜딩을 맡고 있는 최승하 이사
(승하)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특징으로부터 오히려 우리가 혜택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부산은 여러 요소들이 교차되어 있는, 어떤 경계에 있는 곳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지역적 특색이 우리가 지향하는 브랜딩의 방향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우주) 부산엔 바다도 있지만 산도 있지 않나. 그런 자연 환경들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우리를 찾아주시는 손님들 중에 서울에도 매장을 열어달라는 분들도 많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가 서울에서 시작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 같은 것들을 잘 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준표) 주변 친구들도 서울로 올라간 경우가 많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이곳에 남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그리고 최대한으로 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꿀꺽하우스에서 진행한 재즈공연(위)과 이우주 이사(아래)
(승하) 2023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참여했다. 전통주로는 유일하게 꿀꺽하우스만 공식 리셉션에 참여했다. 아무래도 규모가 큰 행사이다 보니 해외에서 오는 게스트들도 많지 않나. 일단 한국의 전통주라고 하면 먼저 관심을 가져주고 엄청 새롭게 느끼는 것 같더라. 작년에 왔던 사람들이 올해 다시 우리 부스에 와서 인사를 먼저 건내기도 했다. 한국의 재료로 만든 술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승하) 너무 많긴 하지만, 큰 요소는 생산 시설 확대에 관한 것이다. 안정적인 제조와 공급을 위해서 양조장을 알아보고있다. 그리고 우리술은 발효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발효와 술을 중심으로 한 세미나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아마 올해 연말에도 매년 해오던 행사를 진행할 것 같다.
(준표) 단기적으로는 양조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맞다. 이와 함께 다양한 장르와 결합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서 찾고 있는 중이다. 좀 더 큰 계획을 말할 수 있다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우주) 부산에서의 이 기반을 토대로 생산량을 확충해서 전국으로, 또 그게 주춧돌이 되어서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