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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자연을 간직한 부산 최남단의 섬, 가덕도를 걷다

가덕도둘레길을 걷다

평점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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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의 태종대 해안과 절영산책로, 서구의 암남공원 해안길, 남구의 이기대해안산책로 등 부산에는 바다 비경을 간직한 산책로들이 많다. 이중 부산 최남단 가덕도해안산책로는 그 아름다움에 비해 아직 덜 알려진 길로 주목받고 있다. 한적하고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길은 동선새바지에서 대항새바지까지 약 6km 코스로 기암괴석과 드넓고 푸른 바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58번 버스종점에서 동선새바지 방향으로 접어들면 바위와 함께 어우러진 바다, 그리고 푸른 하늘을 보며 걷기에 안성맞춤 코스인 해안산책로가 시작된다. 눈앞에는 아름다운 남해 바다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갯바위 곳곳 열심히 물고기를 낚는 낚시꾼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걸려있다.

평탄한 해안산책로를 걷다가 기도원을 지나면 본격적인 숲길 오르막이 시작된다. 어음포 방향으로 가는 길 중간에서 넓은 공터를 만난다. 누릉능이라 불리는 이곳은 1970년대까지 사람이 살던 곳인데 지금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가쁜 숨을 돌리며 누릉능 전망대에 오르면 단박에 이곳에서 왜 쉼터를 만들어 놓은 지 이해하게 된다. 발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는 섬의 아기자기한 해안선과 만나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고깃배라도 한 대 지나간다면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곳이다.

어음포를 거쳐 대항새바지로 향하는 숲길은 햇빛이 잘 들지 않을 만큼 빽빽한 소나무 군락이 계속 이어진다. 숲길 산책로를 걷는 동안 어음포 계곡물이 시원한 물소리 선사하며 가덕도 앞바다로 흘러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고기가 많은 포구였던 어음포는 현재 그 터만 남아 오고가는 여행객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가덕도 둘레길은 해안산책로이기도, 등산로이기도 해서 산봉우리 바로 아래 계곡을 가로지르는 도보여행도 가능하다. 해안산자락을 둘러가는 여행길에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지루할 틈 없는 오솔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희망정에 이른다. 옛 해안경비초소가 있던 곳에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와 데크를 조성한 곳이다. 희망정에서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은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넋을 잃고 바라보게 만든다.

마지막 굽이를 돌아 해안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대항새바지 마을이 있다. 대항새바지 자갈해변은 일본군이 광산기술자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하여 만든 인공동굴이 있는 장소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를 감싸 안은 소박한 포구가 과거에는 일본군 강제동원에 끌려나온 평범한 조선인들이 뼈아픈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했던 곳이다. 이곳은 묻혀있던 과거의 아픔이 현재로 이어져 새로워질 미래로 향해가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