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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빚은 막 거른 전통술, 금정산성 막걸리

입 안 가득 퍼지는 산미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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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성 막걸리’는 대한민국 민속주 1호 막걸리다.
우리나라의 많은 막걸리 중 유일하게 향토민속주로 지정돼 있는 금정산성 막걸리는 지금까지 전통 양조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해발 400미터 높이에 위치한 금정산성마을 청정구역에서 만들어 지는 막걸리에는 자연산 누룩과 금정산 암반수가 쓰여 그 맛이 더 깊고 진하다.

금정산성 막걸리의 역사는 조선 숙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부터 금정산성 마을은 농사가 잘 되지 않는 땅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누룩과 막걸리를 빚어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왜구의 침략에 대비해 금정산성을 쌓게 됐고, 이때 성을 쌓으러 온 일꾼들이 금정산성 막걸리를 마시며 갈증을 달래고 힘을 얻게 된다. 금정산성이 완성된 이후 전국 각지 고향으로 돌아간 일꾼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간단히 막걸리를 빚어 마시면서 서서히 입소문이 나게 됐다고 한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지금도 금정산성마을 막걸리 양조장에서 발로 누룩을 밟아 빚는 전통방식만을 고집한다. 파란 포대를 깔고 둥글고 얇게 누룩을 빚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선 누룩들이 마치 커다란 호떡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만들어진 누룩은 온도가 높은 누룩방에서 발효를 시키고, 그런 뒤 마당 볕에 널어 남아 있는 물기를 완전히 증발시킨다. 다 말린 누룩은 갓 지은 고두밥과 금정산 맑은 물과 함께 커다란 통에 넣어 따뜻하게 두면 부글부글 거품이 나면서 술이 끓고 점차 익어가기 시작한다.

발로 밟은 누룩으로 만들어 수십 종의 미생물이 개성을 뽐내며 고유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금정산성 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걸쭉함이다. 일반 막걸리는 끈끈한 성질이 약해 물처럼 따라 마실 수 있는데, 금정산성 막걸리는 점성이 매우 높다. 또 보통 막걸리하면 생각나는 단맛보다는 ‘산미’ 라고 표현하는 시큼 새콤한 맛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다른 막걸리에 비해 좀 더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막걸리 맛이 좋기로 소문난 곳에는 으레 군침 도는 안주가 있기 마련이다. 금정산성마을에도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토속 안주가 많은데 대표 안주는 도토리묵과 동래파전이다.
우선 고소한 도토리묵과 아삭아삭 상큼한 겉절이는 막걸리 상에서 거의 빠지지 않은 메뉴다. 걸쭉한 금정산성 막걸리 한잔에 달콤새콤 알싸한 도토리묵을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 퍼져나간다. 파전은 막걸리 안주의 완성 같은 메뉴인데 동래파전은 해산물과 쪽파가 듬뿍 들어간 게 특징이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해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쪽파의 향긋한 맛이 그대로 스며든다.

금정산성 막걸리가 생각난다면 금정산성마을과 동래파전골목 그리고 동래구에 있는 포장마차를 찾아가면 된다. 부산대학교와 붙어있는 산자락에도 금정산성 막걸리와 동래파전, 도토리묵, 칼국수 등을 파는 가게가 있다. 만약 부산대학교로 막걸리를 마시러 간다면 학교 바로 옆 숲속 평상 위에서 막걸리를 즐기는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