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힐마 아프 클린트는 1862년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로는 드물게 여성으로서 미술 학교에 다니며 그가 좋아하던 꽃과 나무와 같은 식물들을 세밀하게 그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눈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을 넘어 그 너머에 숨겨진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모양과 색을 조합하고 익숙하지 않은 구도를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힐마 아프 클린트는 자신의 작품이 지금보다는 미래에 더 잘 이해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작품이 당시 사람들이 알아보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뤘기 때문입니다. 그는 살아있을 때 작품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동안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미래에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 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은 그 오랜 기다림에 응답하는 전시입니다. 한때 잊혔던 그림을 다시 꺼내고 우리 곁으로 불러오며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천천히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늘 조심스럽지만 그 조심스러움 속에서 오늘을 향한 질문이 생겨납니다. 예전에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림들이 오늘의 우리에게는 새롭게 다가옵니다.
전시에서는 14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학생 시절 그린 꽃과 나무 그림은 점차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한 신비로운 화면으로 변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록달록한 색과 독특한 형태로 표현한 대담한 시도는 더욱 단순하고 조용한 형식으로 바뀌며 우리에게 울림을 전합니다. 그림과 함께 보여지는 작가의 기록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렸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힐마 아프 클린트가 기다렸던 시간은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미래의 누군가가 자신의 그림을 이해하리라고 믿었고 그 믿음은 오랜 시간 동안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그림 앞에 서서 과거에서 온 물음과 마주합니다. 한 세기를 건너온 그 예술이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말을 건넵니다. 그 길었던 침묵의 시간은 이제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남로 1191 (하단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