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태종대. 워낙 유명하고 오래된 관광명소라 별다른 기대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부산 사람도 모를 여행지가 그 속에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름 하여 태종대 비밀의 숲입니다. 태고의 신비가 느껴지는 그곳으로 함께 떠나 보시죠~
태종대 비밀의 숲
태종대 유원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태종산. 하지만 문화재보호구역인데다 산불예방을 위해 일년의 절반은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라 부산 토박이도 존재를 잘 모른다. 일부 주민들만 알고 드나들던 말 그대로 '비밀의 숲'이다.
비밀의 숲으로 들어가는 문은 태종대 유원지 입구에 숨어 있다. 태종대를 그렇게 드나들면서도 전혀 눈치 채지 못 했던 돌계단이 바로 들머리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자마자 오른쪽으로 난 숲길을 따라 가면 태종대 비밀의 숲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태종대 입구에서 시작한 숲길은 법융사 뒤편을 따라 숲을 관통한 뒤 한국해양대와 오륙도가 보이는 해안절벽길을 지나 태종사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3.5km. 태종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시간은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마에 맺혔던 땀이 식으면서 몸이 약간 싸늘해질 무렵. 콧속으로 짭짤한 바다 냄새가 훅 하고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안절벽길이 시작된다.
철조망을 따라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은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림에 가깝다. 고사리 군락이 한참이나 이어지더니 이끼가 가득 낀 계곡이 나타나고 커다란 바위가 길을 막기도 한다. 특히 양치식물들이 곳곳에 많이 보이는데, 마치 호주의 열대우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생경한 풍경이다. 부산에 아직 이런 숲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태고의 신비를 만끽하며 오르락내리락 좁은 산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철조망이 사라지고 왼편으로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한국해양대학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북항과 신선대 부두, 오륙도와 해운대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황홀한 풍경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얼굴에 닿는 바닷바람이 한없이 상쾌하다. 태종대에 이런 절경이 숨어 있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비밀의 숲길로 들어선 이후 한 명도 사람을 마주치지 않았다. 마치 한 사람만을 위해 열어 놓은 길인듯 호사스럽기 그지없다.
바다 풍경을 뒤로 하고 다시 숲길을 따라 걸으면 가파른 경사로가 나타난다. 흙길이 돌길로 변하고 주변 지형도 험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는 숲길이지만 안전을 위해서 최소한의 준비는 하는 것이 좋겠다. 물과 등산화는 필수다. 철조망이 없는 곳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낭떠러지 아래로 구를 수 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즈음 다시 평탄한 숲길이 나타나는데 오른쪽에 작은 동굴이 있다. 자연 동굴은 아니고 사람이 판 인공동굴이다. 사람 서 너 명이 앉으면 꽉 찰 정도의 작은 규모인데 내부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공간이 넓다.
동굴을 지나 태종초소가 보이면 결승점이 눈앞이다. 철조망 앞에 도착하면 갑자기 길이 끊어져 당황하게 되는데 철조망을 따라 오른쪽 숲 속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곧장 태종사로 이어진다.
태종사
드라마틱했던 태종대 비밀의 숲의 대미를 장식할 태종사는 1970년대에 세워진 사찰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산신각과 그 외 부속 건물들이 태종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가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 절이 전국구 명소로 이름을 날리게 된 건 수국 덕분이다. 7월 말부터 각양각색의 수국꽃들이 지천으로 피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 수국꽃이 얼마나 많은지 절집이 꽃 속에 파묻힌 모습이다. 수국 개화시기에 맞춰 열리는 수국문화축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심지어 외국에서도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감지해변
태종사에서 내려오면 태종대 일주도로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곧장 태종대 유원지 입구로 향하고 왼쪽으로 가면 영도등대와 전망대를 거쳐 유원지 입구로 갈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으면서 중간에 만나는 영도등대와 전망대를 함께 둘러보자.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태종대의 해안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유원지 입구에서 왼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곧장 감지해변에 닿는다. 태종대에 있는 여러 개의 몽돌해변 중 하나로 탁 트인 전망과 푸른 바다가 인상적인 곳이다. 감지해변에서 유람선을 타면 바다에서 태종대를 살펴볼 수도 있다. 해변가에 있는 조개구이촌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소주 한 잔 기울이는 낭만도 놓치지 말자.
이용안내
주소
태종대유원지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동 산 29-1
태종사 부산광역시 영도구 전망로 119
감지해변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동
홈페이지
https://www.bisco.or.kr/taejongdae/
휴무일
연중무휴
운영요일 및 시간
하절기 (3월~10월) 04:00~24:00 / 동절기 (11월~2월) 05:00~24:00
이용요금
무료(다누비열차 이용요금 별도)
교통정보
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 6번 출구 → 영도대교 정류장 버스 환승 30, 8→ 태종대‧태종대온천 하차
버스 8, 30, 66, 88, 101, 186 태종대‧태종대온천 하차
주차 태종대 주차장(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