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만 하면 당일 배송되는 온라인 서점과 문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잡화까지 판매하는 대형서점에 밀려 동네 책방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게 됐다. 추억이 돼버린 줄 알았던 작은 책방들이 다시 힘을 내며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책과 문화를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이색책방은 개성 넘치는 문화예술의 장으로 기능하며 여행자들에게까지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보수동책방골목에는 작은 우주가 있다. 이곳은 첫눈에 보면 소품숍으로 느껴질 만큼 아기자기한 프로방스풍 외관이 인상적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잘 꾸며진 카페에 온 듯한 아늑한 내부가 나온다. 천장을 감싼 아이보리색 인테리어가 포근함을 전해주고, 한편에 전시된 아기자기한 엽서와 다양한 수공예 제품이 눈길을 끈다.
내부는 독특하고 매력 넘치는 출판물로 가득하다. 평소 책을 무척 좋아하던 이 서점의 대표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독립출판물들을 하나씩 소개하고자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 서재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보다 책방지기가 고심해 고른 독립출판물이 주로 꽂혀 있다. 책장을 보고 있으면 마치 숨어있던 작가들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것만 같다.
금정구에도 인문교양서, 실용학습서, 중고원서를 중점으로 취급하는 이색책방이 있다. 서점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북카페로 유명하기도 한데 조용히 독서를 하기에도 좋은 분위기다. 단체석까지 마련돼 있어 독서모임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고 미리 예약하면 공간 임대도 가능하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탁 트인 전망으로 찾는 이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것뿐만 아니라, 매주 다양한 이벤트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프로그램은 시인과의 대화, 북토크, 켈리그라피, 영어 말하기 등 독서에서 학습까지 그 범위 또한 넓다. 부산에서 이 서점만큼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곳은 결코 흔치 않다.
빈티지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이곳은 입구부터 책만 팔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군데군데 붙어 있는 오래된 행사 포스터나 곧 있을 북토크 일정은 책방의 지나온 길을 소리 없이 말해 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종이 냄새와 구수한 커피향이 함께 감돈다. ‘책과 커피’, 어느 광고 카피 같은 일을 실현시키고 있는 이 공간은 유명 책 보단 소소한 일상의 기록 등 개성 강한 독립 출판물을 주로 취급한다.
책방지기가 엄선한 책들은 조금 투박해도 위트와 유머가 있고 사색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출판사도 없이 자비를 들여 내놓은 작은 시집들, 알리고 싶지만 마땅히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에세이들, 책 한권 한권을 들쳐보다 보면 운 좋게 미완의 보석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그저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움츠러든 오프라인 서점의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이색책방. 이들은 부산 시민들뿐만 아니라 여행자 사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