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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산책_쇠미산 숲길을 평정하다

초보 등산러를 위한 사직동 뒷산 정복기

평점 5.0
조회 10,708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 그렇지만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생활화 된 일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길어지는 집콕생활이 더 이상 슬기롭지 못할 때는 살짝 기분 전환도 필요할 테니 조용히 혼자서 쇠미산에 한번 다녀오는 건 어떠세요?

동래구 사직동에 위치한 쇠미산은 399m의 높이로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등산코스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초보 등산러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해요. 여러 갈래의 둘레길이 있어 원하는 코스로 산행을 시작하면 되고, 걷다가 힘들면 가장 가까운 날머리를 골라 하산하면 바로 도심길과 만나게 된답니다. 생수 한 병 들고 도전한 오늘의 산행은 사직동 ‘원광사’에서 출발해 ‘구민의 숲’을 거쳐 만덕고개 ‘철학로’를 따라 하산하는 코스입니다.

쇠미산 숲길 평정코스

원광사 입구 - 자연생태학습장 1 - 구민의 숲 - 자연생태학습장 2 - 산어귀전망대 - 희망계단 - 만덕고개(철학로)

원광사를 지나쳐 숲길로 진입하는 길은 오르막으로 시작됩니다. 초반부터 오르막이라고 실망하시면 안돼요. 순간의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진정한 힐링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예로부터 돌이 많았던 산이라 군데군데 돌계단을 올라야하는 구간도 있지만 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걷는 내내 어여쁜 동행이 된 이름 모를 야생화 덕분에 즐거움 가득한 초행길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구민의 숲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발걸음도 가볍게 산길을 걸어 보자고요.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에서야 만날 수 있는 이 싱그러움이 울퉁불퉁 흙길을 상쾌하게 감싸주네요. 피톤치드 맛집이 바로 이곳이었나 봅니다. 하늘로 곧게 뻗어 올라간 소나무가 점점 많아지나 싶더니 어느 순간 빽빽한 소나무 숲이 나타납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구민의 숲 소나무 군락지입니다. 향긋한 솔향기 아래 잠시 앉아 리프레시!
구민의 숲 인근에는 자연생태학습장이 두 곳이나 있어요. 자연 습지인 이곳은 개구리와 도룡뇽의 집단 서식지로 아이나 어른이나 신기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습지를 가로질러 놓인 나무데크 양 옆으로 만개한 노란 꽃창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네요. 물가에 있어 더 예뻐 보입니다.

눈 호강 제대로 한 뒤엔 평탄한 오솔길 따라 산어귀전망대로 향합니다. 정상엔 못 올라도 산에 왔으니 도심 전망은 한 번 보고 내려가야죠. 이 곳 전망대에서는 동래 전체 시가지와 멀리 해운대 장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답니다. 눈 아래 펼쳐진 도심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즐겨보세요.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남아있는 희망계단과 철학로 코스는 오늘의 초보산행을 마무리하는 구간입니다. 400여 개의 나무계단을 묵묵히 내려와 철학로에 다다르면 차도와 인도로 나눠진 길과 만나게 되지요. 철학로를 천천히 걸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어느 새 버스가 오고가는 도심에 도착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자연이 주는 초록빛 힐링의 시간을 일상으로 가져와 보세요. 1시간 30분 정도의 이 짧은 산행이 어쩌면 답답한 현 시기를 시원하게 날려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쪼록 우리 서로 안녕하도록 해요!